'중소돌'의 빌보드 역주행…피프티 피프티 PD가 밝힌 비결 [연계소문]

입력 2023-04-22 06:47   수정 2023-04-22 17:07



"주변에서 '빵' 떠서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봐요. 사실 저희는 처음부터 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굉장히 체계적으로 계획을 짜서 움직였거든요. 하지만 막상 빌보드 '핫 100' 진입 소식을 들으니 멍하더라고요. 앞으로 진행해야 할 프로모션 생각에 숨이 턱 막혔죠."(웃음)

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를 제작한 안성일(SIAHN) 프로듀서는 미국 빌보드의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 곡 '큐피드(Cupid)'가 100위로 진입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현존하는 가장 '핫'한 K팝 그룹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많은 이들이 그룹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에스파, 르세라핌, 뉴진스 등을 꼽을 테지만 최근 업계에서는 피프티 피프티에 주목하고 있다. 대형 기획사의 후광 없이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해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순위 상승을 거듭하고 있어 화제다. 이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대체 어떻게…"라며 놀라워한다.

비결을 피프티 피프티의 소속사 어트랙트에서 기획·제작 총괄 대표를 맡고 있는 안 프로듀서에게 직접 물었다. 그는 "피프티 피프티는 타깃 자체가 한국이 아니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미국 현지 파트너들과의 논의를 거치며 개발했다. 월말 평가도 현지 측에서 볼 수 있도록 줌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같이 보곤 했다"고 밝혔다.

해외 파트너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자 "음반 산업과 관계된 분들"이라고 했다. 안 프로듀서는 과거 프로듀서는 물론 작·편곡가로 활발히 활동한 인물이다. 젝스키스, 핑클, 소찬휘, Y2K, 애즈원, 이수영, MC THE MAX, 은지원, 제이워크, 럼블피쉬 등 2000년대 초반을 주름잡았던 아티스트들과 호흡했고, 워너브라더스코리아에서 제작이사를 맡기도 했다. 현재는 종합 콘텐츠 개발 그룹 더기버스(Givers)의 대표다. 이 모든 안 프로듀서의 경험과 인프라가 피프티 피프티에 집약됐다.

안 프로듀서는 "프로듀싱에서 손을 뗀 지 꽤 됐지만, 피프티 피프티를 맡기 전에도 계속 콘텐츠, IP를 분석하고 개발하는 일을 해왔다. 해외 파트너들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피프티 피프티의 제작을 도맡아 하는 일은 부담이 컸다고 했다. 그는 "어트랙트 전홍준 대표는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니즈가 강했다. 처음엔 조언해 드리는 정도로 만났었는데 총괄 지휘를 해달라고 하더라. 음악적인 것 외에도 제작, 전체적인 기획과 마케팅까지 다 해야 하는 일이라 1년을 고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한배에 오른 뒤로 두 사람은 최고의 시너지를 냈다고 한다. 전홍준 대표는 조관우, 바비킴, 양수경, 윤미래, 박강성, 하성운 등 실력이 탄탄한 보컬리스트들과 호흡했던 인물이다. 전 대표의 국내 매니지먼트 기반과 안 프로듀서의 해외 인프라가 만나 피프티 피프티라는 결과물을 차근차근 만들어갔다.

피프티 피프티의 준비 기간은 무려 2년에 달한다. 최근 멤버 구성을 마치고 데뷔를 준비하기까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그룹들이 쏟아져나오는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그만큼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였음을 나타낸다.

안 프로듀서는 "어트랙트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뜯어고친 게 신인개발팀이다. 연습생이 아주 많았는데 그것부터 개편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있는 멤버는 키나 한 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 기획사들은 자원적,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큰 회사들의 퀄리티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데 신인 개발부터 기본 애티튜드, 언어나 인성 교육까지 제안한 커리큘럼을 전 대표님이 다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피프티 피프티는 '핫 100'에 100위로 진입한 뒤 85위, 60위까지 거듭 순위 상승을 이뤄내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순위가 하락하는 일반적인 흐름과 달리 '빌보드 역주행' 기적을 쓰고 있다. 이는 현지에서 꾸준히 입소문을 타며 대중적 인기의 폭이 넓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안 프로듀서는 "한 때는 프로듀서나 창작자로 활동했고, 그게 끝나고 나서는 아예 음악 비즈니스 쪽으로 선회해 IP를 관리하거나 만드는 업무를 했다. 엔터 산업의 안에 있을 때 보는 것과 비즈니스 땅에서 보는 관점이 다르더라. K팝과 해외 음악 시장의 트렌드 변화 등을 계속 보게 됐다. 그런 게 이번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밝혔다.


'음악의 힘'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K팝 음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면서도 "K팝 시스템의 기준이 상당히 높다. 그 접근법으로는 피프티 피프티를 만들어낼 수 없다고 느꼈다. 진정성 있는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팬덤도, 인지도도 없는 아이들을 멋있어 보이게 하려면 굉장한 자본을 투입해 콘텐츠로 확 밀어붙일 수 있는 제반 시설이 갖춰져야 하는데 이 친구들은 그럴 상황적 여유도 없었다"며 "처음에 3000곡을 수집했다. 불특정 다수가 많이 들을 수 있는 음악, 피프티 피프티의 느낌과 닮은 음악을 하자고 생각하고 선별했다"고 덧붙였다.

안 프로듀서는 "(제작자가) 음악과 콘셉트를 분석해서 만든다고 해도 아티스트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와닿지 않을 것 같았다. 프로모션과 마케팅만으로 만들 수 없는 게 진정성"이라면서 앞으로도 긍정적인 기운을 지닌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의 성향이 중심이 되는 음악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악의 주체는 제작자가 아닌, 아티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와닿았다.

최근에도 미국의 대형 음반 레이블들 관계자들과 만나고 돌아왔다는 그는 현지 전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 프로듀서는 "영국 차트에서도 반응이 좋다. 전 세계 30개국 정도에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언젠가는 투어도 해야 할 텐데 그러려면 곡 수가 늘어야 하고, 퍼포먼스도 더 해야 한다. 아직 보여줄 게 많다"고 자신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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